[행복한 중기씨] 예비 사무관 419명 중기 137곳 현장체험

[행복한 중기씨] 예비 사무관 419명 중기 137곳 현장체험

[행복한 중기씨] 예비 사무관 419명 중기 137곳 현장체험

 

“살아있는 중기 정책 만드는데 앞장설 것”

경영 투명성·맨파워에 대한 편견… R&D·복지 개선 노력보니 사라져

부처간 힘겨루기로 규제개선 더뎌 수요자 고려한 정책 구현 절실

통계만 읊는 공직자 되지 않을 것

 

지난 22일 물티슈 OEM부문 국내 1위업체인 우일씨앤텍 평택공장. 40~50대 여성 근로자들 사이에서 위생모자에 작업복을 입은 4명의 젊은이가 제품 포장에 여념이 없었다. 지난 20일부터 나흘간 우일씨앤텍에서 중소기업 현장체험을 하고 있는 제59기 예비사무관들이다. 이들을 포함해 총 419명의 예비 사무관들이 전국 137개 중소기업에서 일제히 체험근무에 나섰다. 중소기업 정책 기획과 집행을 위해선 현장 이해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취지에서다.예비사무관들을 격려하기 위해 포장 라인을 방문한 김용준 우일씨앤텍 대표가 “일이 고되지 않느냐”고 묻자 최범석(28) 사무관은 “포장을 마친 제품이 컨테이너로 옮기질 때 공들여 키운 자식을 떠나 보내는 마음이 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체험을 시작한지 겨우 사흘이 지났지만 이들의 대화 속에는 중소기업에 대한 진지한 관심과 고민이 묻어 있었다. 대형 회계법인에서 회계사로 근무하다 민간경력일괄채용 전형을 통해 관직에 입문한 한송이(32) 사무관은 “회계사로 일할 때도 중소기업을 간혹 접했지만 경영 투명성이 낮고 맨파워도 열악할 것이라는 막연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며 “이곳에 와서 근무환경을 끊임없이 개선하고 철저한 위생 관리를 통해 최고 품질의 물티슈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는 임직원을 보며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현동(26) 사무관은 “브랜드를 보기 전에 제조원이 우일씨엔텍인지 반드시 살펴보고 물티슈를 구입하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했다.

지난 21일 첨단섬유기업 벤텍스 잠실 본사. 퇴근 시간이 되자 포천 공장에서 일과를 마친 예비 사무관 3명이 사무실로 들어왔다. 이날 담당했던 업무는 원단 나르기와 재고 관리.

30㎏이 넘는 원단을 하루종일 옮겨 고될 법도 하지만 이들은 직접 보고 들은 중소기업 현실에 대해 할 말이 많았다. 유혜주(27) 사무관은 “전사적인 ERP 시스템을 갖춘 것이나 R&D센터까지 세워 투자를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며 중소기업에 대해 나도 모르게 갖고 있던 편견이 사라졌다”며 “사실 복지도 좋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벤텍스는 직원들의 석·박사 교육비를 지원하고, 남성 직원에게도 육아 휴직을 제공하는 등 앞서가는 사내 복지제도를 보니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예비 사무관들은 미래 국가정책을 이끌어나갈 차세대 리더답게 짧은 시간임에도 중소기업이 당면한 문제점들을 날카롭게 포착하고 있었다. 김효중(31) 사무관은 “벤텍스는 실로 천을 만드는 초기작업과 최종 가공은 포천 공장에서 하고, 중간 염색공정은 시화로 옮겨서 진행하고 있었다”며 “염색공정을 위한 수질 기준을 포천시가 충족하지 못해서 이런 비효율이 발생했는데 한 지역에서 생산이 이뤄지는 게 직원들은 물론 사회 전체적으로 훨씬 이로운 일인 만큼 정부의 대처가 필요한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개발연구원에서 근무하다 국토해양부로 배치될 예정인 김세환(36) 사무관도 “부서 배치를 받으면 기존의 공급자 마인드에서 벗어나 앞으로는 수요자를 고려한 도로 정비계획과 클러스터 조성을 정책으로 구현해보고 싶다”며 포부를 나타냈다.

아울러 예비 사무관들은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방식에 대해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산업부품 전문업체 대력FAS에서 일했던 이보라(35) 사무관은 “장래성과 기술력이 탁월한 작은 기업들을 정부가 발굴하지 못하고 외형적인 지표에 의존해 관성적으로 지원금을 제공하는 현실은 반성이 필요하다”고 강단있게 말했다. 금융 사각지대에 놓인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취지라면 정부부터 보수적으로 자금을 집행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내재적 가치를 따져 과감하게 투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대두되는 규제 개혁에서 정부가 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됐다는 사무관도 제법 있었다.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밸브 제조업체 태양테크를 다녀온 하지영(39) 사무관은 “같은 내용의 인증인데도 환경부와 산업부에서 별도의 인증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고, 매번 같은 내용을 각 부처에 보고해야 하는 현실은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큰 부담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일종의 부처간 힘겨루기로 규제개선이 더디게 이뤄지는 현실을 하루 빨리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비 사무관들의 다짐도 이어졌다. 장현우(27) 사무관은 “뉴스를 통해 본 중소기업의 현실과 직접 체험하며 느낀 현실은 크게 달랐다”며 “현장을 모르면서 공허한 수치나 통계만 읊는 공직자가 되지 않겠다”고 각오를 보였다. 그는 또 “공직자일수록 해당 부서 입장에서 해결책을 찾기보다 부처간 협업을 통해 모든 사안을 입체적으로 파악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며 “정부가 살아있는 중소기업 정책을 내놓을 수 있도록 59기 신임 사무관들이 부처간 협업을 이끌어내는데 앞장서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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